
2010년 프랑스 원작의 감도를 계승한 한·일 합작 리메이크. 눈을 마주치기 어려운 천재 쇼콜라티에 ‘하나’와 타인 접촉을 피하는 제과 재벌 2세 ‘소스케’가 초콜릿을 통해 서로의 불안을 이해하고 회복해 간다. 총 8부작, 글로벌 공개 2025-10-16.
원작의 결을 살린 아시아 리메이크 전략—초콜릿, 불안, 두려움의 문법을 2025년형으로 업데이트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힘은 원작이 가진 ‘극도로 서툰 두 사람이 초콜릿을 통해 연결되는’ 정서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멘탈헬스 문법과 아시아 로컬리티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시리즈는 사회불안(시선 공포·접촉 공포 등)을 캐릭터의 약점이 아닌 서사적 추진력으로 전환한다. 하나가 ‘눈을 마주치는 것’ 자체를 훈련하듯 시도하고, 소스케가 ‘물리적 접촉’을 회피하는 대신 대체 의사소통 루틴(메모·동선 조절·장갑·위생 루틴)을 개발해가는 과정은, 낭만화나 과장 없이 회복의 미시적 단위를 따라간다. 초콜릿은 이 둘의 공유 언어다. 코코아 버터의 온도, 템퍼링의 타이밍, 가나슈의 점성과 같은 디테일은 취향 과시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절차로 기능한다. 원작이 80분 러닝타임에 압축했던 감정선을 8화 구조로 확장해, 각 회차를 유발 사건→회피→부분 승화→리랩의 리듬으로 설계한 점도 눈에 띈다. ‘부드러운 과자 공장’의 동화적 세계관을 유지하되, 동아시아 직장 문화와 유산·승계의 재벌 서사를 절제해 섞어 현실감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이 리메이크는 정서적 정직함과 문화적 현지화를 동시에 달성한다.
오구리 슌 × 한효주, 불안의 케미스트리—캐릭터 설계와 연기의 미세 결이 만든 설득력
소스케(오구리 슌)는 완벽주의와 결벽성이 결합한 캐릭터다. 이 인물의 매력은 ‘냉정한 후계자’ 클리셰를 반복하는 대신, 위기 때마다 자기조절 실패와 유연성 회복이 교차한다는 데 있다. 오구리 슌은 시선 고정·호흡 간격·말줄임의 길이 같은 미세한 장치를 이용해, 불안을 ‘연기적 장식’이 아니라 신체적 반응으로 보여준다. 하나(한효주)는 시선 회피형 불안을 가진 천재 쇼콜라티에. 한효주는 밝은 미소 뒤에 스치는 미세한 공포와 안전 탐색 행동(시선 우회·자기 자극)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늘 ‘거리’를 두고 시작해 작업 동선 최적화→마주보기 연습→촉각의 허용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치료자 역할의 캐릭터와 조연(심리상담·동료 파트너·가업 인물들)이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멜로드라마의 감정선이 자기회복 서사를 압도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유리 나카무라·아카니시 진 등 조연진은 코미디의 완충 장치이자, 두 주연의 노출·회피 사이클을 끊어주는 리듬 파트로 쓰인다. 결과적으로 이 캐스팅 조합은 ‘두려움과 달콤함의 동반 성장’이라는 테마를 과잉 감상이 아닌 생활 감각으로 제시한다.
언제·어디서·어떻게 볼까—편성, 입문 동선, 그리고 지금 들어가도 되는 이유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2025년 10월 16일 전 세계 넷플릭스 공개 전,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온 스크린’ 섹션에서 1·2화를 선공개하며 첫 반응을 점검했다. 본편은 전 8화, 러닝타임 회당 약 39–57분 구간으로 구성되어 주 단위 시청과 주말 몰아보기 모두에 적합하다.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공개 직후 TOP10 상위권에 진입했다. 1–2화는 증상·배경·업(業) 소개에 집중해 캐릭터의 규칙을 명확히 잡고, 3–4화부터 회사·가업 갈등과 제과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갈등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입문 팁은 간단하다. 공개 전·후 배포된 트레일러/키아트로 캐릭터의 트리거와 회피 행동을 체크하고, 초콜릿 공정(템퍼링·코팅·필링)의 공정 순서를 슬쩍 익혀두면 은유를 즉시 캐치할 수 있다. 원작 팬이라면 배경·직장 문화·가족 구조·치료 접근의 차이를 비교 감상하면 만족도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