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MP3, 줄이어폰, 교복 셔츠의 바스락거림. KBS2 단막 프로젝트 ‘러브 : 트랙’의 에피소드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그 시절 감정’을 가장 간단한 소품 하나로 되살린 청춘 로맨스입니다. 옹성우(기현하)와 한지현(한영서)이 음악을 매개로 꿈과 사랑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30분 포맷 안에 선명하게 담아내며, 짧아서 더 오래 남는 여운을 만들어냅니다.
작품 정보·기획 의도: ‘러브 : 트랙’ 속 30분짜리 첫사랑, 왜 지금 ‘줄이어폰’인가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KBS2가 선보이는 단막 프로젝트 ‘러브 : 트랙’(로맨스 앤솔로지) 중 한 편입니다. ‘러브 : 트랙’은 서로 다른 모양의 10가지 사랑 이야기를 30분 포맷으로 담아, 한 시즌에서 사랑의 다양한 결(설렘·짝사랑·이별·가족애 등)을 ‘플레이리스트’처럼 이어 붙이는 구성이 특징이에요. KBS의 단막극 흐름을 잇되, 러닝타임과 편성을 지금의 시청 습관에 맞게 다시 설계했다는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프로젝트는 2025년 12월 14일부터 28일까지, 매주 일요일 밤 10시 50분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각 2편씩 공개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중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2010년을 배경으로 한 청춘 멜로로, 연출 정광수·극본 정효 조합이 완성도를 책임집니다.
제목의 ‘줄이어폰’은 레트로 소품을 넘어 관계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좁혀버리는 장치입니다. 한쪽 귀를 비워 서로에게 내어주는 구조, 같은 박자에 맞춰 걷게 되는 리듬, 가까워질수록 더 잘 들리는 숨소리까지— 이 단막은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감정의 속도”를 복원해 보여주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줄거리·등장인물: 전교 1등 영서와 자유로운 현하, 음악으로 이어진 ‘첫 번째 용기’
2010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고3 한영서(한지현)는 성적과 기대의 압박 속에서 ‘모범생’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겉으론 단단해 보이지만, 속으론 자유에 대한 갈망과 반항심을 꾹 눌러 담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영서의 ‘비밀’ 한 조각을 우연히 알게 된 남학생 기현하(옹성우)가 등장합니다.
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작곡가를 꿈꾸는 인물로,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두 사람은 MP3를 바꿔 들려주고 줄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 순간부터 관계의 온도가 달라져요. 말로 다 설명하기엔 서툰 감정이 노래 한 곡으로 먼저 전달되면서, 영서는 ‘정답만 좇던 삶’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것과 되고 싶은 것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영서는 훗날 작사가로 성장한 모습까지 아우르며, 첫사랑이 단지 추억이 아니라 인생의 선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단막은 ‘학원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고, 첫사랑이 남기는 성장통까지 담아내는 성장 서사에 가깝습니다.
관전 포인트: 레트로가 아니라 ‘감정의 기술’—이 작품을 더 맛있게 보는 법
① 2010년 감성의 정밀 재현: 줄이어폰·MP3·교복은 향수 소품이 아니라, 관계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장치입니다. 한쪽 귀를 비워 상대와 나눠야 하는 구조가 ‘서로에게 맞춰지는 경험’을 만들죠. 가능하면 이어폰(혹은 헤드폰)으로 시청해 보세요.
② 음악이 서사를 끌고 가는 방식: 이 작품에서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대사에 가깝습니다. 두 사람이 교환한 플레이리스트는 취향의 공개이자 마음의 고백이에요. “지금 이 장면에서 왜 이 곡이 나왔지?”를 한 번만 짚어도 감정의 레이어가 훨씬 풍부하게 보입니다.
③ 30분이라 가능한 선명함: 장면이 적은 대신 인물의 선택이 또렷하게 남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 감정만 남기기 때문에, 시청자는 빈칸을 스스로 채우며 더 깊게 몰입하게 됩니다. 한 번 더 재시청하면 표정과 침묵이 새롭게 읽히는 타입의 단막이에요.
다시보기 팁: KBS VOD 안내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웨이브(wavve)에서 전체 시청이 가능하고, 방송 종료 후 약 3주 뒤 무료 VOD가 제공된다고 공지돼 있습니다.
당신의 플레이리스트 속 첫사랑, 아직 삭제되지 않았나요?
‘러브 : 트랙 -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거창한 사건으로 울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저장해 둔 ‘처음의 떨림’을 눌러 재생시키는 작품입니다. 2010년의 공기, 줄이어폰이 만들어내는 거리감, 음악이 대신해 주는 고백의 언어까지— 짧지만 알차게 채워져 있어요. 오늘 밤, 귀 한쪽을 비워 둘 준비만 되면 됩니다.
